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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2010년 10월 23일 -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언어도 인종도 없다.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언어도 인종도 없다."


난 사실, 이 말을 믿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100% 믿지는 않는다.


다분히 현실적, 귀납적으로 사고해보면, 나이 차이가 아주 많으면 2세를 갖는데 생리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문제가 생긴다.

이념적으로-혹은 그 어떤이유라도- 선이 그어져 있는 상대 국가의 이성을 사랑하기란 너무 어렵다.

말이 안통하면, 사랑하는 이에게 내 감정을 충분히 고백할수 없고, 상대의 입장과 애정표현에 난 반응할수가 없다.

물론, 그냥 동물적 배설의 욕구를 충족하려는 사랑은 말이 필요없지만 말이다.

맹세컨데, 유교적 사상이 잔존하는 도덕교육을 받고 자라고, 백의민족, 단일민족 뭐 이런 구시대적 문화에 익숙한

우리로써는(어쩌면 나만) 흑인과의 사랑이라는게 가능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20대 청년이 60대 할머니와 사랑에 빠졌다는둥, 60대 할아버지가(물론 이 부류는 늘~ 돈이 많다.)

20대 처녀와 사랑에 빠졌다는둥, 그런 기사들을 볼때, 과거 한량들의 필독서였던 선데이서울의 부활이 아닌가 할 정도로

믿기지 않았고, 이에 관한한 편협적이고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시각으로만 바라봐 온게 사실이다. 


.... 까지가 지난 40여년 가까이 가지고 있었던 내 생각이다.


그런데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아마 지나온 모든 세월의 생각보다 최근의 2년의 생각이 10배는 더 많았을것 같다. 

너무 이러저러한 복잡한 생각을 많이 해서 처음엔 '내가 미쳤나','이러다가 정신병자 되는거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지만, 

이 상황에서는 이러는게 정상이라는것도 얼마전에 알게 되었다. 

(사실 알게된게 아니고 생존 본능상 알게 된 걸로 쳐 버렸다. 그렇지 않으면 돌아버릴지도 모르니까.)

처음엔 아주 시야가 좁아진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시야가 더 넓어졌다. 더 많이 관대해지고, 더 많이 너그러워졌다.

사랑은 뜨거운 것이 아니고 따뜻한 것이라는걸 알게 되었을때,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언어도 인종도 없다 라는 말의

뜻을 얇게나마 알게 되었다. 물론 이혼후 마음을 비우는 고수(?)반열에 일보 전진하면서 말이다.

속물적 본능(금전적인)을 떠나서, 50대와 20대가 사랑할 수 있을까?

그냥 나의 결론은, '사랑할 수 있을것 같다' 이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성욕에 약간의 제한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섹스가 인생의 전부가 아닐진대 분명 가능하리라고 본다.

흔히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 하는데, 그건 삶의 목표가 같을때 얘기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면

칼로 무베기다. 60대와 10대가 목표가 같다면 한배를 타고 가는것에 무슨 제약이 있으랴. 노를 왼쪽으로 젓자, 오른쪽으로

젓자 쌈박질을 해도, 결국 그들이 원하는 목표로 가는것이다. 엇그제 어느분께서 말씀하셨듯이, 사랑과 결혼은 다른것이다.

사랑은 상대가 목표지만 결혼은 다른 더 큰 목표를 같이 세우는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주 오래전에 어떤 사회학자가 말하길 (어떤책이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도 토플러 아자씨였을것 같은...) 

가장 이상적인 결혼의 형태는 평생에 두번의 결혼을 하는것이라 하드라.

남자 20대에 개뿔 가진것도 없고 오직 몸밖에 없을때 40대 돈많은 이혼녀 만나서 살다가, 그남자 40대쯤 되면 여자는 60대,,,

그러다가 여자가 세상을 뜨면 남자는 이제 40대의 돈많은 아저씨가 되는 것이고, 20대의 젊은 여자는 40대 아자씨랑

결혼해서 그여자 또 40되면 남자는 60대, 그러면 유산(혹은 위자료 받아서)으로 힘 펄펄한 젊은 20대랑 살고....

뭐 이론적으로야, 젊은 여자 데리고 살면 젊었을때 청춘에 대한 기억도 나도, 젊어지고,

나이많은 여자랑 살면 그것도 역시 내 인생의 미래에 대해서 미리 연습하는 좋은 점도 있으니까,,, 완벽(?)할수도 있겠다.


젊은여자,,, 좋지.... ^^

다들 예쁘고, 내 지나간 젊음도 생각나고, 슬쩍 그들의 젊음에 편승해 갈수 있을꺼 같다는 착각도 들고..

그런데 한번 실패하고 나니까 결혼관이 확 바뀌어 버리더라. 

그래, 오히려 인생의 구력(?)이 있는 사람,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이라면 서로가 잘 아는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좋은 목표를 세울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배움에는 끝이 없는 모양이다. 인간이 될려면 도데체 마늘빵을 얼마나 더 먹어야 하나....


결국, 이렇게 타협하며 성숙해간다.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늙어가는건 사실 즐거운 일이다.

어차피 피터팬처럼 살수 있는건 아니니까, 어차피 늙는거, 그 늙는거를 조금 즐기고 싶다.

그 즐거움을 어서 찾고싶다.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외로워서 못견디겠다는 생각보다,  더 절실한건 지금보다 더 많이 무뎌져서 그런

감정 자체를 잃어버릴까 두렵다.